메리설산에서의 트렉킹 및 며칠 동안 도로 사정이 나쁜 길을 달려와서 그런지 청두에 도착했을 땐 다른 것보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다. 한 이틀 정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푹 쉬면서 오랜만에 도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오랜만에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쓰촨성에 들어와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오색찬란하다는 지우자이고우(九寨沟)국립공원인데 겨울엔 산에 물이 말랐을거라는 주변 말에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립공원 입장료도 상당히 비싸서 막상 도착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쓰촨성에서 지우자이고우 관광을 포기하고 나니 남는 건 청두와 근처에 있는 아미산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청두에 있을 때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아미산도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쓰촨성까지 와서 청두만 보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 것 같아 무리하게 아미산 일정을 집어 넣었다.
청두 시내에 있는 오래된 거리 文殊坊
아미산은 청두 신난먼 버스 터미널에서 약 2 시간 정도가 걸린다. 청두에서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아미산에서도 좋은 날씨는 기대할 수 없었다. 정상인 금정까지 약 3099 미터로 우리는 약 이틀을 잡고 도보로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계획을 짰다. 아미산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으로 산 곳곳에 사원이 있어 트렉킹 도중에 근처 사원에서 숙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미산 역에 도착했을 때 빵차 기사가 아미산까지 차편을 제공했는데 인당 10 원을 요구했다. 막상 차에 올라타보니 생각보다 가까워 사실 10 원까지 필요없는 거리였던 것 같다. 인원이 많다면 가격을 협상하거나 차라리 택시를 타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우리가 아미산에 도착했을 때 트렉킹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로 정상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트렉킹 입구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입구 근처에 있는 보국사(报国寺)에서 산 위 버스 정류장인 雷洞坪까지 왕복 90 원, 편도 50 원에 버스편이 마련되어 있다.)
입장권은 인당 150 원, 지도는 5 원이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너무 비싸다!!!!!) 청두에서 약 9 시에 출발해서 12 시쯤 트렉킹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는 첫 날 목표를 仙峰寺이라는 사원으로 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트렉킹 시작 부분은 그닥 어려운 것이 없었다. 약 1-2 시간에 걸려 清音阁까지 올라가자 벌써 숙박을 하라며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트렉킹 첫 시작부분.
중간중간 보이는 사원들. 10 원짜리 입장권을 사야 입장이 가능하다.
清音阁
清音阁부터 드디어 본격적인 트렉킹이 시작되는데 트렉킹 입구에 야생 원숭이 보호 구역이 있어 원숭이들 사이를 지나가는 코스가 있었다. 과연 원숭이 보호 구역에 미쳐 다다르기도 전에 야생 원숭이 몇 마리가 앞에 있는 다리에 앉아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오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약간 주의를 받긴 했지만 실제로 야생 원숭이를 맞딱뜨린 건 처음이어서 사실 겁도 없었고 나름 내 생각엔 내가 조용히 지나가면 원숭이들이 그냥 날 보내줄꺼라는 커다란 착각 속에 겁 없이 발걸음을 내딛였다.
다리 중간쯤 지났을까 진짜 덩치도 엄청 큰, 동네 양아치처럼 생긴 원숭이가 슬쩍 내 앞으로 오더니 내가 들고 있던 간식거리가 들린 봉투를 확 낙아채간다. 나는 그 와중에도 먹을꺼리 안 뺐기려고 봉투를 잡아 당겼는데 이번엔 뒤에서 다른 원숭이가 내 어깨로 점프해서 올라타 버렸다. 어쩔 줄 몰라서 악악 소리만 치고 있는데 옆에서 남친이 봉투를 놓으라고 소리를 친다. 혹시라도 원숭이가 할퀴면 전염병(?)이라도 옮을까 싶어 봉투를 포기하고 뒤로 돌아 열심히 뛰었다. 다리가 시작하는 곳에 도착해서 다시 뒤돌아 보니 얌체같은 원숭이가 봉투에 들은 과자를 꺼내서 보란 듯이 껍질을 까서 먹는다. 아직 이틀이나 더 올라가야 되는데 그대로 간식을 뺏길 수 없단 생각에 다가가보려 했더니 이번엔 다른 원숭이가 다리 난간에 앉아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의 소리를 내기에 이번엔 진짜 무서워져서 그냥 포기해 버렸다. 왜 아무도 나에게 원숭이 조심하라고, 물건은 전부 배낭 속에 넣으라고 경고해 주지 않았는지 5 분 전에 내 옆을 지나간 경비 아저씨가 원망스러웠다.
트렉킹 도중에 몇 번 더 원숭이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한 놈은 남친은 키가 커서 그런지 남친 옆을 쓱 지나가 내 옆으로 오더니 내 쟈켓 주머니에 너무 자연스럽게 손을 넣는 것이 아닌가!!!! 정말 기가 막혀서 "야!!!!!!!!!"하고 소리쳤더니 놈도 슬슬 뒷걸음질 치면서 도망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 트렉커들은 미리 대나무 막대기를 준비해 와서 원숭이가 나타나면 미리 다리 난간 등을 탁탁쳐서 원숭이들을 쫓아냈다. 아미산을 트렉킹하게 된다면 정말 야생 원숭이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지도에 원숭이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 표기되어 있으므로 그런 곳을 지나갈 땐 주변을 잘 살펴보고 카메라 및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미리 배낭에 넣어두는 게 필요하다. 트렉킹 전에 대나무 막대기 하나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주머니에 당당하게 손을 집어넣었던 원숭이.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원숭이떼를 지나 트렉킹을 계속 하게 되었는데 아미산은 전부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산을 올라간다기보다 계단 올라가는 수행을 하는 것 같았다. 날씨도 흐리고 안개가 많이 껴서 산을 꽤 올라온 것 같은데도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없었다. 오후 4 시쯤 洪椿坪라는 사원에 도착을 했다. 이 곳에서도 숙박이 가능했지만 내일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오늘 안에 원래 목표로 했던 仙峰寺까지 도착하는 게 좋을 듯 싶어 발걸음을 채촉했다. 仙峰寺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99 고개가 있었는데 정말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두텁게 내린 안개에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눈 앞에 계단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계단 중간중간 보이는 원숭이 배설물 때문에 혹시라도 다시 원숭이가 나타날까봐 항상 주변을 살피며 올라가야 했다. 날이 어둡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점심도 건너뛴 채 발걸음을 재촉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7 시가 다 되서야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안개 때문에 산 아래 풍경이 흐릿하게만 보여 너무 아쉬웠다.
인당 30 원에 도미토리룸을 얻을 수 있었는데 다행히 방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방 안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사원 앞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씻을 물이 없었기에 대충 양치만 한 채 침대에 누웠다. 비에 젖은 옷 때문에 체온이 떨어져 추웠지만 옷을 말릴 다른 방도가 없는데다 방 안 및 침대도 습해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멀리 보이는 仙峰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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