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쳤지만 날은 여전히 흐리고 추운 것 같다. 오늘은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길을 재촉했다. 고도가 올라갈 수록 예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트렉이 눈으로 덮여 있었다. 트렉 중간 중간 문을 연 작은 가게에서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 위에 신는 짚으로 만든 신발과 스파이크를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에 덮힌 트렉.
중간에 지나 온 白云寺
다행히 오후가 되면서 날이 좀 맑아지더니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다. 해가 나니 기온도 올라가는 듯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있던 눈이 녹아내리면서 비가 내리 듯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다.
눈 때문에 길은 좀 미끄러웠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풍경을 감상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 얼어붙은 눈꽃.
드디어 산 위 버스 정류장이 위치한 雷洞坪에 도착을 했다. 오늘 오전에 아미산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이 곳까지 몇 시간만에 도착한 중국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부터는 걷거나 케이블 카를 타서 정상까지 올라간다. 나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미산 관광을 왔다. 좀 놀라웠던 건 중국 여자들 중에 힐을 신거나 치마를 입고서 이 곳까지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날도 춥고 길도 미끄러운데 남은 길을 어떻게 올라가려는지 참 신기했다.
이 곳에서 정상 金顶까지 약 1 시간 반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오후 1 시쯤 정상에서 약 30 분 떨어진 곳에 있는 太子坪 이라는 사원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오후 3-4 시쯤 유명한 아미산의 운해를 볼 수 있다기에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2 시 반쯤 식당을 나서 정상을 올라갔으나 안개 때문에 운해를 커녕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일은 날씨가 맑기를 기도하면서 太子坪 사원 근처에서 하룻 밤 자고 내일 아침 다시 올라와 일출 구경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번 숙소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전기장판이 있어 어제보다는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침 7 시쯤 숙소를 나섰다. 기대했지만 역시나 날씨는 맑아지지 않아 정상에 도착했을 때 일출, 운해뿐 아니라 주변 풍경마져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정상에 있는 코끼리 탑. 안개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날이 추워 얼음이 서려있다.
원래 일출 구경이 가능한 전망대. 역시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바람 때문에 엄청 추웠던 기억만 난다.
금정 金顶
이틀이나 투자해서 이 곳에 올라와 아무것도 볼 수 없어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얼어붙은 계단은 내려가는 게 더 어려웠다. 가까스로 산 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산 아래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와 바로 청두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틀 꼬박 걸려 올라간 길을 약 1 시간 반만에 내려오니 참 허무하기도 하고 크게 얻은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움만 잔뜩 남는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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