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티나(Muktinath) 3800m -- 쟈곳(Jharkot) 3550m -- 킹가(Khinga) 3355m -- 카그베니(Kagbeni) 2800m
1km 3km 6km
마낭을 지나 무스탕 지역에 들어온 지 첫째 날이다. 어제는 그리도 눈이 내리더니만 오늘은 또 하늘이 파랗다. 어제 가장 멋있어야 할 광경을 날씨 때문에 놓친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그럼 다시 올라갈래?”라고 묻는 남친의 말에 농담으로라도 흔쾌히 “OK” 할 수 없어 그냥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제도 담요를 두 개씩 얻는 바람에 자는 동안은 춥지 않게 푹 잘 수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또 침대에서 나가기가 싫어진다. 빨리 산 아래 따뜻한 동네로 내려가고픈 마음뿐이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카그베니를 향해 걸었다.
아침에 본 묵티나 마을 전경. 어젠 하루종일 눈이 내리더니 오늘은 또 하늘이 참 파랗다.
지도에서는 4시간 정도 걸린다고 써 있었는데 막상 걷다 보니 2시간 반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였다. 오늘은 고도 3800m인 묵티나에서 2800m의 카그베니까지 약 1000m를 내려간다. 고도가 낮아지니 날도 좀 덜 추울 것 같고 얼른 내려가서 어제 못다한 샤워 및 며칠 밀린 빨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카그베니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마을 쟈곳. 묵티나에서 한 20-30분 정도 걸린다. 묵티나보다 훨씬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처음엔 몰랐는데 많은 트렉커들이 또롱라 패스를 지난 뒤 좀솜에서 지프나 버스를 타고 포카라까지 바로 내려간다고 한다. 이 쪽은 산 맞은편과 달리 산 아래에서부터 정상 바로 전에 있는 마을인 묵티나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연결되어 있으며 트렉커 역시 그 길로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트렉킹 하는데 좋은 환경은 아닌데다, 이미 정상을 등반한 트렉커들이 더 이상 트렉킹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바로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트렉이 펼쳐진다.
뒤에 보이는 설산을 제외하면 왠지 미국 서부 사막이 연상되어지는 풍경이다.
저 아래 지프가 지나가는 것이 작게 보인다. 트렉킹 루트도 차가 다니는 도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산 아래까지 트렉킹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지만 트렉킹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솜에서 지프를 타거나 어떤이는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묵티나 이후로는 그 동안 매일 마주치던 낯익은 얼굴들 보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 처음 걸어 본 트렉은 역시나 소문대로였다. 주변은 여전히 멋있는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지프가 다니는 차 길을 걸어 다니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2시간 반 정도의 트렉킹을 마치고 도착한 카그베니는 이미 여러 트렉커들로부터 들어온 대로 참 예쁜 마을이었다.
멀리 보이는 카그베니.
마을 안 과수원. 카그베니에서부터는 사과 나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트렉커들 사이에서 화재가 되었던 카그베니의 약도날드. 카그베니를 지나왔다고 하면 의례 서로에게 묻는다. "Have you seen Yacdonald's?"
방 값은 여러군데 문의한 결과 평균 300루피 정도로 지금까지 지내온 곳들 중에 최고의 가격이었지만 음식 값이 다른 곳보다 저렴했으며 무엇보다 방에 플러그가 있어 무료로 충전이 가능했다. 게다가 트렉킹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화장실도 직접 물을 붓는 게 아니라 변기를 눌러 물 내리는 것이 가능했다. 산 속에서 한 열흘 지내다 오니 이런 사소한 것이 너무 감사할 줄 알게 되어 버렸나 보다.
카그베니 마을 모습. 평화롭고 한가하기 그지없다. 마을 가운데를 통과하는 작은 개울에서 빨래를 하거나 가축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곳에서 무스탕 북쪽으로 통하는 트렉킹 루트가 있었으나 정치적 이유로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특별 허가증이 필요했으면 10일 트렉킹 가격이 무려 750 USD라고 하니 결코 싼 값은 아니었다. 또롱라 페디에서 무스탕 지역 트렉킹을 마친 그룹을 만났었는데 무스탕 지역은 안나푸르나와는 또 다른 멋진 풍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진정한 티벳 고유의 문화를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트렉커들의 수도 얼마 되지 않아 트레킹 도중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내일은 좀솜을 지나 마파로 가는 가는 여정이다. 좀솜, 마파 둘 다 큰 마을이라 볼 것이 참 많을 것 같다.
강을 따라 무스탕 북쪽 지역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입구에는 Check point가 있어 무스탕 지역 출입이 가능한 Special Permit을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히말라야 대부분의 마을이 예전 마을과 현재 마을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카그베니도 현재의 마을을 지나 올라가면 예전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을 앞 쪽에서 찍은 카그베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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