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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epal_2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11월 7일 / 고어파니(Ghorepani) - 촘롱(Chomrong)


고어파니(Ghorepani) 2870m --- 반탄티(Ban Thanti) 3180 --- 타다파니(Tadapani) 2630m --- 촘롱(Chomrong) 2170m

오늘은 고어파니에서 생츄어리 트렉킹이 시작되는 촘롱까지 먼 길을 가야 한다. 푼힐에서 내려와 가방을 점검한 후 간단히 차 한잔을 한 뒤 오전 8시쯤 트렉킹에 올랐다. 오늘부터는 예전 야카카에서 처음 만난 후 또롱라를 같은 날 넘고 타토파니까지 내려오는 길에 여러 번 얼굴을 마주친 친구와 같이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이 친구도 어제 타토파니에서 고어파니로 넘어왔고 앞으로 ABC를 트렉킹 할 예정이었기에 우리와 일정이 같아 같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이 친구가 물 정화 가능한 알약을 친절히 나눠준 친구이다.)

고어파니를 지나가기 위해 올라간 산에서 보이는 풍경. 확실하진 않으나 2870m인 고어파니에서 시작했으니 3000m도 훨씬 넘은 고도였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푼힐 보다 좋았던 곳이다. 누군가 근처 돌에 글을 새겨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Heaven is here.



고어파니에서 촘롱까지는 참으로 먼 거리였다. 원래 가이드들이 추천해 주는 일정표에 보면 고어파니에서 촘롱까지는 중간에 있는 타다파니에서 하루 쉬었다 가는 이틀이 걸리는 일정인데 하루에 몰아서 하려니 생각보다 힘든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새벽에 푼힐 일출을 보러 갔다오는 바람에 사실 오전 5시쯤 이미 트렉킹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어파니에서 오전 8시에 출발 첫 번 째 산을 하나 넘은 후 다시 그 다음 산 정상에 있는 타다파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2시경이었다. 타다파니에서 촘롱까지는 다시 3시간 소요 예상이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트렉킹 초반부터 있던 남친의 어깨 통증이 갑자기 심해져서 중간중간 오랜 휴식시간을 가져야 했기에 트렉킹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나중에 남친한테 물어보니 이 고어파니에서 촘롱까지가 이번 히말라야 트렉킹 중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 있는 타다파니에서 산을 내려오는데 숲이 어찌나 울창하고 습한지 꼭 정글 한가운데를 걸어오는 것 같다. 타다파니가 있는 산을 다 내려오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게 된다. 하나는 포카라로 내려가는 간드룩으로 가는 길이고 하나는 ABC를 시작할 수 있는 촘롱으로 가는 길이다. 촘롱을 가기 위해서는 산 아래 있는 롯지 하나를 지난 뒤 표지판을 따라 강을 건넌 후 다시 산을 올라야 한다. 사실 남친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ABC를 포기하고 포카라로 내려갈까도 많이 고민했는데 촘롱에 도착하면 배낭 하나를 롯지에 두고 필요한 것만 챙겨서 3일 예정으로 ABC를 다녀오기로 했기 때문에 좀 더 참고 가보기로 했다.

타다파니에서 촘롱을 가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가고 있다. 산이 너무 울창해서 밀림 한 가운데를 걸어가는 것 같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어보니 타다파니 근처에서 원숭이도 보았다고 한다.


강을 건넌 후 촘롱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앞에 놓인 돌계단은 끝이 없어 보였다. 친구는 이미 타다파니에서 먼저 촘롱으로 출발했기에 분명 촘롱에서 방을 예약해 놓고 우리를 기다릴 터였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기 위해 자주자주 가방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가기로 했다. 촘롱까지의 트렉킹은 사실 참 예쁜 곳이었다. 많이 피곤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즐기면서 갈 수 있을 거리였을지도 모른다.

촘롱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표지판. 트렉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때문에 가끔가다 보이는 표지판을 잘 확인해야 한다.


멀리 보이는 트렉. 두번째 산을 내려가 아래 강을 건넌 후 멀리 보이는 좁다란 트렉을 따라 쭉 걸어가야 한다.


강을 건너자 마자 나온 돌계단. 촘롱까지 가는 길엔 돌계단도 참 많다.


신기하게도 나무 두 그루가 사슴뿔 형상으로 자라있다.



촘롱으로 가는 길.


멀리 드문드문 농가가 보인다. 촘롱까지 가는 길에도 몇 개의 작은 마을을 지나야 한다.


5시가 넘어서야 촘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친구가 미리 도착해서 방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오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기대했던 따뜻한 물 샤워 같은 것은 불가능했지만 대충 식사를 하고 나니 피곤이 좀 가시는 것 같다. 촘롱은 ABC를 가기 위해 몰려든 트렉커들로 붐볐는데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코스라 그런지 여기저기 한국어로 된 표지판이 많이 보인다.

드디어 도착한 촘롱. 마을 규모도 크고 ABC를 올라가려는 트렉커들로 붐비는 곳.


내일은 드디어 ABC 트렉킹에 오른다. 사실 요 며칠 무리해서 걸어오긴 했지만 ABC 트레킹을 최대한 단시간에 마치고 포카라에 갈 수 있으려면 적어도 앞으로 3-4일은 더 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트렉킹 예정 기간인 3일 정도는 큰 배낭을 촘롱 롯지에 맡길 예정이라 배낭에 대한 걱정이 좀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