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가에서 둘째날이 밝았다. 오늘은 고도 적응을 위해 근처 아이스 레이크(Ice Lake)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아이스 레이크는 고도 4600m에 위치하고 있는 저수지로 틸리쵸(Tilicho Lake) 다음으로 높은 곳이라고 한다. 원래는 틸리쵸 트렉킹이 목적이었으나 어제 저녁 롯지에서 히말라야에 네 번째 와봤다는 경험자의 틸리쵸 레이크 트렉킹 경험담을 듣고 어떤 장비도 갖추어져 있지 않고 방한을 위한 준비 및 경험이 부족한 우리가 다녀오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에 틸리쵸 레이크 대신 고도 적응도 할 겸 근처 아이스 레이크를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3500m의 브라가에서 호수까지는 약 1100m를 올라가야 하는 난이도가 조금 높은 트렉킹 코스였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예전의 브라가 마을을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던 설산이 눈 앞에 가까워지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단지 생각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고도가 높아지면서 고산병 증세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오르막 길이라 숨이 차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지럼증을 동반한 두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이스 레이크 가기 전 지나게 되는 예전 브라가 마을.
산 위에서 보이는 예전의 브라가 마을.
저 아래 강 옆으로 현재의 브라가마을도 보인다. 예전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
아이스 레이크 올라가는 길. 설산이 무척 가까이 보인다.
정상을 몇 백미터 앞두고 몇 걸음 못 가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곤 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영국 할아버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한테 고산병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채신 할아버지가 고산병에 필요한 약을 건네셨지만 그 때만해도 나는 내가 고산병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을 모르던 상태여서 극구 사양했다. 할아버지도 굽히지 않으시고 약을 건네셔서 결국 약을 먹긴 했지만 당시에는 상태가 별로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내가 복용했던 약은 고산병 약인 DIAMOX로 보통 6시간 이후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스 레이크 올라가는 길. 배경으로 보이는 산이 얼마나 크게 보이는지 알 수 있다.
멀리 보이는 강가푸르나 레이크. 마낭에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호수이다.
조금만 더 가면 호수인데 여기서 내려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발걸음을 떼었다. 호수에 도달했을 때쯤엔 두통에 어지럼증, 메스꺼움까지 같이 왔던 것 같다. 주변 경치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으나 갑자기 겁이 덜컥 나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고산병에 제일 좋은 것이 하산이라고 들었기에 뛰듯이 그 산을 내려왔다. 올라올 땐 미쳐 생각지 못했는데 내려가다 보니 정말 높이 올라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4시간이 걸려 올라간 정상에서부터 약 2시간 만에 아래로 내려왔다. 산을 내려와서인지 약 효과가 나타나서인지 두통은 가시고 없었지만 이번 트렉킹의 정상인 또롱라 패스가 오늘 올라간 것보다 높은 5200m라는 것을 알기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레이크. 약 100미터 정도 올라가면 규모가 좀 더 큰 두 번째 아이스 레이크가 보인다.
두 번째 아이스 레이크. 지름 약 50미터 정도로 호수 자체 규모는 그닥 크지 않지만 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도 멋진 경치를 트렉킹 감상할 수 있다. 트렉킹 소요 시간 약 3-4시간 정도이다. 아이스 레이크 도착 후 근처에 있는 산을 따라 더 올라가면 360도로 안나푸르나 및 설산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스 레이크 뒷 쪽으로 안나푸르나가 가까이 보인다.
브라가에서 이틀을 지내는 동안 마낭에 가보지 못한 관계로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쉴 틈도 없이 바로 마낭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마낭은 브라가에서 약 30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을로 트렉킹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실 마낭을 목표로 두고 걸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My Shangri-la My Manang 마낭 입구.
마낭 전경. 트렉킹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다. 상점 및 의료센터 등을 구비하고 있다.
고산병 대비를 위해 일반적으로 마낭에서 이틀 간 쉬어가는 트렉커들이 많아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트렉킹을 소개해 놓고 있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Miderepa Cave와 Ice Lake.
또롱라 가는 길. 내일 이 곳을 지나게 된다.
히말라야에 가면 야크(Yak)를 자주 볼 수 있다. 네팔 사람들에게 치즈와 고기, 털을 제공해 주는 아주 소중한 동물이다. 롯지 음식에 올려지는 치즈도 주로 야크 치즈인데 맛이 체다 치즈보다 약간 강한 것이 생각보다 맛있다. 뿔도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너무 순하다.
마낭에서 매일 오후 3시 고산병에 관한 교실이 있다고 들었기에 먼저 수업에 참석하기로 했다. 고산병에 관해 약 1시간 정도 수업에 참석하고 나니 그 동안 고산병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사실 겁도 살짝 나기 시작했다. 일단 처방전으로 DIAMOX라는 고산병에 대처할 수 있는 약을 구입했다. 고산병 및 마낭에서의 고산병 교실과 DIAMOX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정확히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마낭에서 매일 오후 3시에 열리는고산병에 관한 수업. 필요한 정보 및 물품 구입도 가능하니 가능하면 꼭 참석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마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낭은 트렉커들이 정상 정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최후의 장소였다. 트렉킹에 필요한 물품 및 의료 시설이 준비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마낭을 지나간다는 것은 정상을 향해가는 마지막 단계를 지나치는 것과 같았다. 마낭 이후에는 정상까지 고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데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과는 또 다른 트레일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미 고산병 증세를 겪어봤기에 두려움도 있었고 급경사의 트레일을 내가 걸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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