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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epal_1

안나푸르나 라운딩: 10월 22일 / 불불리(Bhulbhule) - 바훈단다(Bahundanda)


둘째날: 불불리(Bhulbhule) 840m ---------- 엔가디(Ngadi) 890m --------- 바훈단다(Bahundanda) 1310m

                                                  4km                               4km


드디어 첫 산행을 마쳤다. 오늘의 목적지는 불불리에서 3시간 거리의 바훈단다. 어제 밤에 8시 반쯤 잠이 든 탓에 새벽 5시부터 눈이 떠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부터 시작할 트렉킹을 위해 짐을 새로 싸고 준비를 한 뒤 롯지를 떠났다.

불불리에서 바훈단다까지의 여정 내내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내가 정말 히말라야에 와있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들게 만드는 동시에 첫 날이 이리 좋으면 위로 올라갈수록 얼마나 좋을지 앞으로의 여정에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바훈단다 가는 길.


중간에 한 번 길을 잘 못 드는 바람에 1시간 정도 더 걸어야 했지만 길을 잘못 든 그곳조차 너무 아름다워 말문을 잃게 만들었다. 자연 풍경 뿐 아니라 사이사이 지나치게 되는 작은 마을과 그 안에 작은 농가들 및 상점들 하나하나, 그 안에 어울어진 사람들의 정취조차도 너무 아름다워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옥수수 쌓아 말리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계단식 벼농사.


본래는 바훈단다에 일찍 도착할 경우 오후 시간이 많이 남는 관계로 다음 마을까지 계속 가기로 했었으나 중간에 길을 잃는 바람에 필요한 에너지는 모두 소진된 상태로 바훈단다에 도착하게 됐다. 마침 산 꼭대기에 자리한 롯지가 있기에 우리는 오늘 하루는 이 롯지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Mountain View라는 이름에 걸맞게 롯지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앞으로의 여정 중 이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자리한 롯지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훈단다

롯지에서 내려다 본 바훈단다의 모습.



게다가 롯지를 운영하는 집의 아이들이 롯지에서 부모님을 도와 심부름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유쾌하고 똘망똘망하게 영어도 잘하는지 정말 앞으로 모든 네팔 아이들이 다 귀여워 보일 것 같았다.

너무 해고 예쁜 아이들. 치트완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축제 기간이라 바훈단다에 놀러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단 잠시 넋을 잃고 풍경을 감상한 뒤, 간단한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야채 카레와 챠파티를 같이 시켰는데 너무 맛있었다. 원래 그닥 카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네팔에 와서 매일 카레만 먹는데도 어쩐지 질리지가 않다. 오히려 모든 음식이 너무 입맛에 잘 맞는 편이어서 먹는 건 걱정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롯지 아이들이 마을을 구경시켜 준다 해서 같이 따라 나섰다. 아이들이 제일 먼저 데려간 곳은 마을 앞에 있는 언덕이었다. 언덕 아래로 계곡과 멀리 설산, 구름과 햇살이 조화를 이루면서 정말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광경은 정말 말로 표현을 하지 못 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이 곳에 와 있다는 게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다. 바훈단다를 소개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어린 시절을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참 좋아보였다.  

아이들이 데리고 간 마을 뒷동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경.

바훈단다는 정말 평화롭고 너무 예쁜 마을이다.


롯지에는 다니엘이라는 스페인 남자가 묶고 있었는데 요가 선생님이란다. 아이들 중 장난기가 가장 많은 꼬마 하나가 다니엘에게 요가를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나도 중국에 있을 때 요가를 배웠고 너무 좋아하기에 아이들과 같이 다니엘 요가 수업에 참가했는데 바훈단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보면서 하는 요가는 정말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첫 날이라 사실 배낭도 무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이 곳까지 오면서 본 너무 아름다운 풍경들과 롯지에서의 하루는 그 모든 것을 싹 잊혀지게 했다. 앞으로 어떤 트렉이 남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오늘만과 같다면 정말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트렉킹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걷는 코스인데 내일도 무사히 즐거운 트렉킹을 했으면 좋겠다.